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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문예창작전공, 2020년 신춘문예 당선자 3명 배출

  • 기사입력 2020.01.07 09:47
  • 최종수정 2020.01.10 14:10
  • 기자명 이혜선 기자
왼쪽부터 이유리 동문, 이홍도 동문, 김준현 학생
왼쪽부터 이유리 동문, 이홍도 동문, 김준현 학생

[인플루언스뉴스 I 이혜선 기자] 숭실대학교(총장 황준성)는 예술창작학부(학부장 김인섭) 문예창작전공에서 2020년 신춘문예에 3명이 등단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이유리 동문(10학번)이 경향신문 단편소설 부문 ‘빨간 열매’로, 이홍도 동문(11학번)이 한국일보 희곡 부문 ‘컬럼비아대 기숙사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동양인 임산부와 현장에서 도주한 동양인 남성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지나치게 짧은 보도기사’로, 그리고 김준현 학생(14학번)은 조선일보 희곡 부문 ‘절벽 끝에 선 사람들’로 각각 당선됐다.

김인섭 학부장은 “한 대학에서 중앙 일간지에 3대 장르로 한 해 세 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것은 매우 드문 이례적인 일”이라며 “졸업 후에도 학생들이 꾸준히 등단을 하고 있는 것은 문학 창작에 대한 불굴의 집념과 뜨거운 열정의 소산이며, 본인들에게는 물론 후배 재학생들에게도 문예창작 전공의 열기를 계속 불태우게 만들고 있어, 학과로서도 매우 반갑고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신춘문예에서도 문혜연 동문(11학번)이 조선일보 시 부문 ‘당신의 당신’으로 당선된 바 있으며, 대산대학문학상 2개 부문에 재학생들이 당선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숭실대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은 1998년 개설되어 이제 창설 20년을 넘어서고 있다. 초기부터 등단자를 내기 시작하여 꾸준히 그 수가 증가해오다가, 최근 신춘문예뿐만 아니라 문예지 신인상, 각종 문학상 등을 통하여 등단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유리 동문(10학번) / 경향신문 단편소설 ‘빨간 열매’
이유리 동문(10학번) / 경향신문 단편소설 ‘빨간 열매’

△1990년생,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회사원

[당선소감]

글쓰기는 끈기라고는 먹고 죽을래도 없는 제가 유일하게 몇십 년을 계속해온 일입니다. 매번 즐겁지는 않았지만 매번 열심을 다하긴 했습니다. 응원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습니다. 나조차 나를 믿지 않을 때에도 나를 믿어준 부모님과 동생에게 감사합니다. 당신들의 마음을 밟고서야 불붙은 이 길을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지름길을 일러주는 대신 신발끈을 매어주신 조성기 선생님, 조경란 선생님을 비롯한 스승들과 임승훈 선배, 숭실대학교 친구들, ‘백작’ 사람들과 인선이, 그리고 경향신문사와 심사위원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빨간 열매’에서 화자는 오랫동안 병든 아버지의 부양에 시달렸지만, 이에 대한 괴로움이나 갈등,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죄의식, 의무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아버지는 심술맞고도 괴팍하게 유별나고 무용한 일을 해줄 것을 지시하고 순종적이지만은 않은 화자는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로, 능청스러우면서도 유쾌하게 아버지를 돌본다. 후반부에서 이야기는 사랑과 연애로 선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사적 완결성이나 균형에 대한 의심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소설이 시종일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왔다는 것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들뜬 사랑의 기척을 벽에 붙은 야광 스티커에 슬쩍 빗댈 줄 아는 재치, 쓰레기조차 단정하게 버릴 줄 아는 마음을 그려내는 부분처럼 빛나는 장면이 많은 소설이었다.

이홍도 동문(11학번) / 한국일보 희곡 ‘컬럼비아대 기숙사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동양인 임산부와 현장에서 도주한 동양인 남성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지나치게 짧은 보도기사’
이홍도 동문(11학번) / 한국일보 희곡 ‘컬럼비아대 기숙사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동양인 임산부와 현장에서 도주한 동양인 남성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지나치게 짧은 보도기사’

[당선소감]

저는 연극학교도 나오지 못했고 대학극회 출신 또한 아닙니다. 극단에 소속된 적도 없습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연고 없는 저를 대가 없이 환대해주셨던 분들 덕입니다. 동작구 상도동, 미시시피주 옥스포드, 뉴욕주 플러싱, 중구 장충동, 강남구 역삼동, 서초구 잠원동, 성북구 동소문동, 종로구 동숭동. 그곳에서 들었던 한 마디 말의 온기가 제게는 내내 갚지 못할 빚이 되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심사평]

이 작품은 작가가 창조해낸 가공의 세계와 작가 자신의 삶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동시대 창작자로서의 자기참조뿐 아니라 희곡과 연극, 예술과 문화권력, 심지어 신춘문예에 대한 참조까지 작품 안에 녹여내는 과감한 메타연극의 설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창작자로서의 막막함과 혼란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여러 층위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구조와 구성의 경쾌함으로 연극의 유희적 균형을 맞추는 영리함도 보여주었습니다. 동시대 연극의 형식적 진화를 희곡의 영역으로 구현해냈다는데 큰 미덕이 있었으며, 문학적인 면으로도 희곡의 다양한 형식적 진화에 좋은 징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준현 학생(14학번) / 조선일보 희곡 '절벽 끝에 선 사람들'
김준현 학생(14학번) / 조선일보 희곡 '절벽 끝에 선 사람들'

△1995년생, 중앙고등학교 졸업,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재학

[당선소감]

기다리는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쓸 시간입니다. 이제 정말 시작입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늘 저를 지원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오진원 선생님, 저는 여전히 선생님께 배운 것으로 씁니다. 백로라 교수님, 교수님께서 쓴소리해주신 덕분에 이 글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내 글을 읽어주는 선용이, 그리고 친구들. 모두 고맙다.

[심사평]

'절벽 끝에 선 사람들'은 자살을 소재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해부해 블랙 코미디 형식에 담아낸다. 제목, 등장인물, 장소, 오브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절벽 끝에서 자살하려는 사람들과 자살을 도와 돈 버는 사람과 그 장면을 기록해 취업하려는 사람 이야기를 통해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기존의 자살 소재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전개방식과는 다른 독창 적 관점에서 자살과 관련된 등장인물을 다루고, 연극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시공간과 오브제를 운용한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작품의 밀도 있는 전개, 단계적 긴장감 고조, 반전 결말의 극적 구성 또한 다른 작품들보다 흡인력 있었다. 블랙 코미디 분야에 출현한 샛별 작가의 별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난다. 김준현 작가의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빛나는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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