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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해외 기소중지 규정, 이대로 괜찮나

  • 기사입력 2020.02.05 11:49
  • 최종수정 2020.02.05 11:52
  • 기자명 윤지숙 기자
법무법인 경기 구본준 변호사

[인플루언스뉴스 I 윤지숙 기자] 해외기소중지자에 대한 처리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령들은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권법 제12조는 범죄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고소장이 접수돼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지면 여권의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죄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권발급 거부 등의 불이익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들은 헌법 제27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위헌적인 규정으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관련해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된다(1990.11.19. 헌가48)"라고 판시한 바 있다.

기소중지란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의 소재가 불명하여 수사가 어려운 경우에 기소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검사의 처분이다. 기소중지처분이 내려지면 여권발급이 거부되거나 지명수배가 내려지는 등의 부수처분이 동반된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이유로 기소중지처분이 내려지면 해외기소중지자라고 분류된다.

해외기소중지자 중 실제로 범행을 범하지 않았음에도 고소된 사실조차 모르고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가 여권 재발급시에 기소중지되어 있는 사실을 아는 경우도 많다. 또한 채무불이행임에 불과함에도 형사고소를 하거나, 피고소인이 해외에 있음을 기화로 허위의 고소장을 작성하여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피의자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피의자 조사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억울한 해외기소중지자'가 양산되는 것이다.

해외기소중지자가 되면 매우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해외에 거주하여 피의자 조사를 받지 못하면 범행을 범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지며 사건의 실체진실과 무관하게 고소인 일방의 서면과 진술만으로 피고소인을 범죄자 취급해 여권발급이 거부되고 불법체류 상태가 될 수 있다.

여권이 없으면 비자승인이 거절돼 불법체류자가 되는 등 법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지위에 있게 된다. 대한민국에 입국해서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도 한번 불법체류자가 된 사람은 입국이 거부되기 때문에 다시 해외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대검찰청과 외교부는 "기소중지 재외국민 특별자수기간"을 운영해 조사와 처분에 관한 특칙을 적용하고 있다. 미입국상태에서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요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해외기소중지자들이 법적인 도움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기소중지사건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흔한 사건이 아니다. 기소중지 사건은 사건 자체가 정지되어 있어 사건을 재기시켜 수사를 진행하게 만들고, 출·입국과, 체포, 구속의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 사건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경찰이나 검찰의 노력이 필요하다. 피의자가 해외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릴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범행을 범하고 해외로 도주한 것인지, 수사에 적극 협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를 구분해야 한다. 형사입건돼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적극적으로 피의자의 소재발견과 실체진실의 발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피의자가 해외에 있는 경우라도 소재가 발견이 되었다면 꼭 대면조사를 해야 사건을 재기시킬 것이 아니라 영상통화, 이메일 등의 간이방식의 조사라도 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조사를 충분히 해야 한다.

법무법인 경기 구본준 변호사는 "해외에 있는 기소중지자가 간이방식으로 조사를 한다고 해 더멀리 도망가거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소재를 밝히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사건들이 증가한다면 기소중지상태로 멈추어있는 사건들이 해결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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